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언론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마크롱은 11일 말기 질환에 직면한 성인들이 스스로 생명을 끊을 수 있는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죽음 지원'을 합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표했다. (사진=AP.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프랑스 정부가 적극적 안락사 도입 검토와 함께 '프랑스식 임종 선택 모델'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5년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한 '죽을 권리'를 법에 명시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법제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안락사가 합법화된 스위스를 비롯해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선 이미 '죽음'도 하나의 선택 영역으로 허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조력 존엄사에 대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죽음도 '선택'하는 유럽…프랑스도 입법 추진
가장 최근 안락사 합법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나라는 프랑스입니다. 올해 4월 로이터통신과 ABC 뉴스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궁 연설에서 "삶의 끝 선택권에 관한 프랑스 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초안을 여름이 지나기 전까지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시민 자문기구인 '184 프랑스 시민들'과 만나 안락사의 합법화 방식 등을 논의했는데요. 표결 결과 4분의 3이 '삶의 끝 선택권'을 찬성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무의식이나 미성년자일 때 등 변수에 대해선 이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용어에 대한 정의를 하면 조력 존엄사는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이나 독약 등을 처방받은 뒤 자신의 의지로 복용해 삶을 마치는 방식인데요. 반면 안락사는 생명 연장 치료가 의미 없는 환자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의료진이 주사를 주입해 죽음에 이르게 해주는 것입니다.
프랑스는 2005년 연명 치료 중단이란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2016년 법을 개정해 말기 환자들이 죽음 직전 고통을 호소할 때 진정제 투약을 허락했고, 조력 존엄사나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말기 환자 중에 조력 존엄사가 허용된 스위스나 안락사가 특정 조건에서 허용되는 유럽 국가로 떠나야 했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적극 안락사를 도입한 나라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입니다. 이 제도를 1940년대부터 허용한 스위스보다 포괄적이진 않지만 특정 조건이 맞다면 허용됩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에서 12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전신마비 남성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조력 사망을 인정받으면서 독일과 포르투갈 등에서도 적극적 안락사 도입에 대한 논쟁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6년에 국회를 통과한 연명의료결정법(연명치료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법률)은 준비기간 2년, 이후 시행 6년째에 19세 이상 성인 중 250만명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사망 전 1년간 치료비 2000만원…장기요양보험 '11조'
우리나라는 올해 말이나 내년쯤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12일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국민이 250만7719명인 것으로 집계돼 '존엄한 삶의 마무리'에 대한 관심의 반영으로 보입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연명치료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법률)은 2016년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5선을 지낸 원혜영 웰다잉운동 공동대표(전 민주당 의원)가 동료 의원들과 2008년 세브란스병원 김할머니의 사연으로 존엄사 논쟁에 불이 붙자 법안 발의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세계적인 흐름이 소극적 안락사에서 적극적 안락사로 가는 추세인데 우리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 대표는 "2016년 초에 재정이 된 법은 2년간 준비 과정을 거쳐서 6년째 시행되고 있다"며 "이미 250만명의 사람들이 신청하면서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만 올해가 국제 기준으로 정해진 초고령 사회에 우리 사회가 진입하는 아주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인데, 그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웰다잉(좋은 죽음·Well-Dying)은 '국가 재정'과 직결됐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원 대표는 "한 해에 30만명이 사망하는데 사망 전 1년간 치료비가 인당 2000만원이 넘게 든다"며 "요양병원을 포함해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이 70만명인데 이들에게 들어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총급여는 11조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중 10만명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연간 의료비가 2조원 절감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원 대표는 현재 해외에서도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우리도 여러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37698&inflow=N
5선 원혜영 "조력존엄사 대한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