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세계일보] 대북 억제력 무너질라… 군이 미사일 못 쏘는 이유는 [박수찬의 軍]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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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V-1, V-2 미사일로 영국을 공격한 이후 미사일은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지상에서 쏘는 탄도미사일이 등장했지만, 군함이나 항공기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현대전은 ‘멀리서 먼저 쏘는’ 방식의 미사일 전쟁으로 변화했다, 미사일을 잘 다루는 쪽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유사시 미사일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평소에 훈련과 정비를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조작 미숙으로 추락하거나 기능 고장을 일으킨다면 치명적인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우리 군은 미사일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실태를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5년간 1발 쏜 경우도 적지 않아




우리 군의 주요 미사일 실탄 발사 횟수는 현저히 저조한 실정이다. 실탄 사격을 통해 미사일의 비행특성 등을 미리 익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실전에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미사일을 장착한 채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육해공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실사격 횟수가 거의 없는 기종이 상당수였다.




타우러스(TAURUS)와 슬램-이알(SLA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2017년에 각각 1발을 쏜 뒤 실사격 기록이 없다. 공대함 하푼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적 레이더를 파괴하는 함(HARM) 미사일은 같은 기간 실사격이 한 번도 없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 레이더를 무력화하지 않으면 공중작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실탄 사격훈련을 통해 실전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공군은 “타우러스와 슬램-이알은 2022~2023년 실사격이 예정돼 있다. 함 미사일은 훈련탄 확보가 제한돼 실사격이 계획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F-16 전투기에 장착된 암람(위쪽)·사이드와인더(중간) 공대공미사일과 함(아래쪽) 레이더 파괴미사일. 미 공군 제공

해군 손원일급, 장보고급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대함 하푼 미사일은 2016년 1발 쐈을 뿐이었다. 링스 해상작전헬기에서 쓰는 시 스쿠아 공대함미사일은 실사격이 전무했다. 하푼 대함미사일과 홍상어 대잠어뢰는 각각 3발을 쐈다.




육군 AH-1S 공격헬기에 탑재하는 토우-2 대전차미사일은 2016년부터 실사격 횟수가 ‘0’이다. AH-64E 공격헬기에 장착되는 ‘탱크 킬러’ 헬파이어 미사일은 2017~2019년 16발을 쐈다. 올해는 다음달 중으로 6발을 쏠 예정이다.




스팅어 공대공미사일은 2017~2018년 4발만 실사격을 했다. 육군은 “스팅어는 지난해부터 비행훈련 시뮬레이더를 활용한 비사격 훈련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육해공군 미사일 실사격 횟수가 적은 원인으로는 훈련 여건과 비용, 날씨 등이 지목된다. 해상에서 실사격을 하려면 주변 해역의 어선들을 소개하고 조업을 통제하는 등 적지 않은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격장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관련 협조를 받는 것도 난제다.



해군 홍상어 대잠어뢰가 수직발사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관계자는 “사전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계획되지 않은 일정에 사격훈련을 하는 것은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조치가 모두 이뤄져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실사격을 하기가 쉽지 않다.




공군 타우러스와 슬램-이알은 한발 당 가격이 20억원에 달한다. 하푼 대함미사일은 14억원, 육군 헬파이어 미사일도 1억원이 넘는다. 미사일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전시 대비 재고량을 충족할 만큼 충분한 수량을 구매하기 어렵고, 이는 실사격 훈련 활성화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뮬레이션으로도 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실탄 사격을 통해 미사일의 비행특성 등을 확인해야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예산 증액 등을 통한 미사일 재고량 확대와 실사격 훈련 횟수 증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바다에서 북한 내륙 타격할 미사일도 문제




한반도 유사시 해군 함정에서 북한 내륙지역을 타격할 해룡 전술 함대지미사일도 문제를 안고 있다. 해룡은 한국형 수직발사관에 탑재되는 수직형과 해성 대함미사일 발사관을 쓰는 경사형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경사형으로 인천급 호위함에 탑재된다.



주한미군 AH-64 공격헬기에서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룡 경사형은 2017년 11월 야전운용시험 중 추락했다. 하지만 원인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동쪽 해상. 인천급 호위함 경기함(2300t) 승조원들은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룡의 야전운용시험을 위해서였다. 이날 시험발사를 통해 해룡의 작전운용성능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준비를 마친 후 운용요원이 발사 버튼을 누르자 해룡은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관을 벗어나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2분도 채 안돼 엔진 회전수(RPM)가 급격히 낮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로 떨어졌다. 비행거리는 36㎞. 최대사거리(170㎞)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군 당국은 즉각 원인분석에 착수했다. 비행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90초가 지난 시점에서 엔진 정지와 연료 공급이 중단됐다. 또 엔진 내 연료와 오일을 공급하는 유압블럭 조립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군의 해룡 전술 지대함미사일이 성능 점검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ADD 제공

이에 따라 국방기술품질원 등은 2017년 12월~2018년 9월에 걸쳐 유압블럭 조립체와 그 구성품을 중심으로 사고 원인분석과 검증시험에 착수했다.




원인분석을 위한 1차 시험에서는 15가지 점검사항 중 5개가 ‘일부 미흡’ 판정을 받았으나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판단은 제한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차 시험에서는 연료용 구동기어에서 크랙이 발생한 것이 발견됐지만, 장시간 구동에 따른 결과로 판단됐다. 다만 “품질향상을 위해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첨부됐다.




추락한 미사일을 인양해 조사했을 때는 “(미사일) 해상추락은 감속기어의 파손으로 인한 현상으로 추정되나 파손의 원인에 대한 판단은 제한된다”는 결론만 내려졌다.



해군 함정의 수직발사관에 탑재된 해룡 전술 지대함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명확한 원인규명에 이르지 못한 군 당국은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한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해룡의 체계개발을 맡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감속기어를 개선하지 않아도 설계상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개선 시 제품 성능과 신뢰도 향상은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위사업청도 원인 규명이 제한된다는 조사 결과와 ADD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해군의 의견과 방위사업협의회의 개선조치 의결에 따라 품질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사고 원인과 개선조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2018년 이후 해룡의 추가 시험발사나 실사격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룡은 해병대 상륙작전이나 호위함이 해안에 근접했을 때 적 지상군을 공격할 무기다. 실사격훈련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유사시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전배치의 의미가 퇴색하는 대목이다.




일선부대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방사청과 ADD, 제작업체, 군 수뇌부의 책임이다. 해룡의 품질 개선 등을 놓고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기사 원문 : http://www.segye.com/newsView/20201023515048?OutUrl=naver



대북 억제력 무너질라… 군이 미사일 못 쏘는 이유는 [박수찬의 軍] - 세계일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V-1, V-2 미사일로 영국을 공격한 이후 미사일은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지상에서 쏘는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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