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칼럼

우물을 파려면 10년을 파라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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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우물을 파려면 10년을 파라.’고 합니다. 10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른바 전문가가 되기 위한 매직넘버, 1만 시간을 획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바로 10년이기 때문입니다. 40여년의 짧은 생애 전부를 나비에 바친 석주명 박사가 세계적 전문가로 명성을 널리 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시작은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관심을 가지면 흥미가 유발되고, 흥미가 생기면 전문가가 됩니다. 더 나아가면 이 세상에 나와 무관한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다른 분야와 연결되어 있기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곳에도 통찰력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사회의 제 현상 역시 이러한 연관성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는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이러한 소신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바로 상임위원회에서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 전반을 살펴야 하지만, 한 명의 국회의원이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국회법은 상임위원회를 두고, 소관 업무를 배분함으로써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였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라든지 환경노동위원회 따위의 명칭을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셨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제가 주로 활동한 상임위원회는 국방위원회였습니다.


국방위원의 임무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하고,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는 국방을 전공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쌓은 시간이 8년입니다. 2008년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재선 국회의원이 될 때까지 저는 오로지 국방위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생경한 용어를 공부하느라 밤을 낮 삼아야 했습니다. 육·해·공군 사이에도 서로 잘 모르는 점이 있는데, 민간인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 곳에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듯이, 수년을 쌓은 노력은 저를 국방전문가로 만들었습니다. 2015년 지적한 KF-X 기술도입의 문제점은 전국을 들썩이게 했고,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기피 현황을 파헤치면서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군 장병들의 인권을 보호하자 군사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한 「군인 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제2연평해전 전사자가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두 법안은 각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연평해전 전사자 보상에 관한 특별법」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들입니다. 국민 한 분 한 분께서 격려의 목소리를 들려주실 때면, 밤을 새운 노고는 어느새 잊히고, 내일을 향한 활력이 샘솟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오랜 시간 국방에만 매진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한 우물 10년’의 유효성이 여실히 나타난 것입니다.


지난 7월에는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되어 10년의 마지막 2년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국방위원회에는 국방개혁2.0을 비롯해 기무사령부 개혁,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대체복무제 도입 등 중요한 현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수년간 쌓은 전문성은 이번 국방위원회를 운영해 나갈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저는 든든한 국방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더 단단한 사회로 발전해나가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지켜봐주시기를 바랍니다.